[뉴스] 부모가 직접 운영…프랑스의 부모협동어린이집
작성자 Focus France

아직은 낯선, 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70년대 말부터 자리잡아 온 프랑스의 부모협동어린이집

아동 학대, 방치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거름망이 될 것으로 생각

 

어린이집은 운영형태에 따라 국공립, 법인, 민간(사립), 직장, 가정, 부모협동어린이집으로 나뉜다. 부모협동어린이집은 '보호자 15명 이상이 조합을 결성하여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보육은 교사가 맡는 체제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다.

 

부모협동어린이집(Crèche parentale)은 프랑스 68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68운동의 슬로건인 자유, 자주 관리가 유아교육 분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프랑스에서 70년대 말부터 자리 잡기 시작해 약 40년이 됐다. 부모협동어린이집은 프랑스 전체 어린이집의 약 2.9%(2015년 기준, DREES PMI 조사)를 차지한다.

 

아이들의 발달 교육을 논할 때 유아가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회가 어린이집이다. 프랑스의 부모협동어린이집의 운영 방식, 등록 절차, 교사 자격, 표방하는 교육 방향 등을 알아보고자 프랑스 파리 12구에 있는 부모협동어린이집에서 2017년부터 5년째 일하고 있는 영유아 교육자(Educatrice de jeunes enfants) 말랄라 제시카 콩펑(Malala Jessica Compans)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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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 제시카 콩펑(Malala Jessica Compans) ⓒJohan Marimoutou

 

Q. 레 크로코(Les Crocos) 어린이집을 소개해주세요.

 

레 크로코 어린이집은 프랑스 파리 12구에 위치하며 1983년에 문을 열었어요. 현재 만 0~3세 아동 20명이 다니고 있고, 6명의 교사가 있어요.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운영해요. 전문교사를 유치하고, 유기농 식단과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서 2018 년에는 아이부모전문인협동조합(ACEPP)이 부여하는 라벨(Label Parental)을 받기도 했어요.

 

Q. 어린이집 운영은 어떻게 되나요?

 

행정적인 부분은 학부모가 담당하고 교육에 관한 부분은 교사가 담당해요. 어린이집 운영 대표는 일 년에 한 번, 학부모 중에 투표를 통해 정해져요. 우리 어린이집은 파리 시청, 파리 12구청, CAF(가족수당기금, Caisse d’allocation familiale)를 통해 지원금을 받고 있어요. 같은 어린이집이라고 하더라도 연간 계획, 교사 고용 형태, 식단, 소재지, 임대료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보조금액에서 차이가 생겨요.

 

Q. 어린이집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우리 어린이집은 헝가리 교육학자인 에미 피클러(Emmi Pikler)의 ‘자유 놀이’를 표방해요. 아이들의 고유한 신체리듬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요. 그 때문에 미리 정해놓은 일과표는 존재하지 않죠. 특별한 건 없어요.

 

아침 8시 30분부터 9시 30분에 아이들을 맞이해요.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는 자유 놀이 시간이에요. 보통 만 1세 이상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장난감이나 책 등)을 우리에게 가져오거나 친구들과 함께 꺼내 놀기 시작해요. 11시 30분은 점심시간이에요.

 

12시 45분부터 낮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만 2~3세 아이들을 재워요. 더 어린 아이들은 아이들의 생체리듬에 맞춰 먹거나 자요. 잠에서 깬 아이들은 부모를 기다리면서 다시 자유 놀이를 해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스스로 해소하는 법을 배워요. 저녁 6시부터 6시 30분 사이에는 대부분 부모가 아이들을 찾아가요. 모두가 집으로 가면 청소 도우미(정규직)분이 청소를 해줘요.

 

Q. 부모협동어린이집에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가족마다 일주일에 한 번, 반나절은 어린이집에 와서 시간을 보내야 해요. 이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 후에 설거지하고 필요시에는 세탁과 장난감 살균 등의 일을 해요. 오후 6시 30분 이후에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생기면, 교사가 아닌 담당 학부모가 남아 자리를 지켜요. 또한 가정마다 어린이집의 행정적인 부분을 하나씩 맡아 관리해요.

 

Q. 레 크로코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3명의 본 교사와 3명의 보조교사가 있어요. 본 교사는 국가 영유아 교육자 자격증(DEEJE, Diplôme d’Etat d’éducateur de jeunes enfants)을 소지하고, 보조교사는 영유아 교육보조 직업자격증(CAP AEPE, Certificat d’aptitude professionnelle Accompagnement éducatif petite enfance)을 소지하고 있어요. 교사들은 주 4일 근무를 하고 전체 회의가 있는 목요일에만 6명이 근무해요. 일반적인 어린이집 본 교사와 보조교사의 비율은 2:8이거나 3:7이에요. 어린이집의 성향에 따라 육아 보조사(Auxiliaire de purériculture)를 고용해서 아이들의 보건에 신경 쓰기도 해요.

 

Q. 아이들의 식사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아이들과 교사의 식사는 전문 조리사가 준비해요. 매일 아침 조리사(정규직)가 출근해서 식사를 준비해요. 우리 어린이집의 일주일 식비는 약 430유로(약 58만 원)이고 100%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요. 특히 재료들은 생산지를 알 수 있는 프랑스 지역 농수산물을 사용하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12구의 대부분 부모협동어린이집에서는 유기농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비건(Vegan) 식사로 준비해요.

 

Q. 신입생을 받는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등록을 희망하는 가정은 등록 서류를 준비하고 교사진과 면담해요. 실제로 면담이 큰 부분을 차지해요.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동참해야 하므로 동기부여 정도와 참여 가능성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부모협동 어린이집의 장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학부모들이 얘기하는 부모협동어린이집의 장점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다른 어린이집(국공립의 경우 평균 50명의 아동이 등록)은 각 가정에 요구하는 것이 적지만 그만큼 부모가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요. 여기서는 주중에 한 번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친밀감도 쌓고 다른 아이들도 보면서 육아 방식을 배울 수도 있어요. 또한 학부모가 운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모든 일(급식, 위생관리, 행정 등)이 투명하게 이뤄져요.

 

현재 한국의 부모협동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0.36%(2015년 말 기준, 보육 통계)에 불과하다.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하기에 정착되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부모협동어린이집 학부모의 만족도는 전국 실태조사에서 최상위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레 크로코 어린이집의 학부모 연간 만족도 조사의 결과와 같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부모가 아이들의 생활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에 크고 작은 문제(방치, 비리, 폭행, 부실 식단 등)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거름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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